지난해 일가족이 차에 치여 아이가 숨진 횡단보도, 이곳은 스쿨존이었습니다.
사고를 막기 위해 횡단보도 위치를 바꿨는데, 무단횡단이 더 늘고 있습니다.
다시 간다 우현기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유모차를 끄는 여성이 자녀들과 함께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맞은 편 차선에서 직진하던 차량 때문에 잠시 멈춰선 가족들.
신호가 바뀌자, 대형 화물차가 가족들을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이 사고로 두 살 여자 아이가 숨졌고, 초등학교 교사인 30대 엄마와 두 아이가 크게 다쳤습니다.
[피해자 동생]
"뼈가 보일정도로 파여버렸어요. 피부이식도 겨우겨우했는데, 스스로 거동을 할 수도 없고 화장실을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사고 현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과속 단속 카메라와 방지턱이 설치됐고, 교차로 한 가운데엔 정차 금지대가 생겼습니다.
"사고가 난 도로인데요. 원래 있던 횡단보도는 없어졌고, 대신 보행자 보호를 위한 울타리가 설치됐습니다."
횡단보도가 모두 없어졌기때문에 주민들은 40m를 더 걸어가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시도때도 없이 무단 횡단이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출근 시간대 차량들이 엉켜 있어 위험한데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주민]
"저기 신호등이 오래 걸려요. (주민들이) 안 기다리고 무단횡단하고"
결국 주민들은 사망사고 직후 재발 방지를 위해 없앴던 횡단보도를 다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설치 위치를 두고도 1단지와 2단지 주민대표 의견이 엇갈리고,
[아파트 1단지 대표]
"하나 만든다면 좌측에 만들어야 맞습니다. 왜? 주민들이 그쪽만 이용한다 이 말씀이에요."
출퇴근 시간 차량 정체가 없도록 신호등 없이 횡단보도만 만들어 달라고 주장합니다.
[아파트 2단지 대표]
"30km (속도 제한) 있으니 (차가) 천천히 가는데 피해갈 거 아니냐라고 해서 신호등없는 횡단보도 그려달라가 저희 요구고요."
[김태석 / 광주 북부경찰서 교통계장]
"신호 설치하지 않는다면 사망사고 나기 전 단계로 다시 환원하는 겁니다. 벌써 안전에서 둔감하고 편리를 주장하고 계시는 겁니다."
일단 횡단보도는 설치하지 않기로 결론이 났지만, 광주시는 무단횡단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가해 운전기사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운전기사는 트럭의 높은 운전석에서 피해자들이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지난 18일 이례적으로 현장 검증을 실시했습니다.
같은 높이의 트럭과 대역이 동원됐습니다.
하지만 피해 가족들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법원의 재연 실험은 평지에서 진행이 됐는데, 실제 사고가 난 횡단보도는 고원식이라 일반 도로보다 10cm 정도 높다는 것.
그런 점을 감안하면 운전기사의 시야에 피해자가 보였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겁니다.
[피해자 동생]
"시연할 때는 누가 봐도 평지에서 유모차로 왔다갔다 끌고만 다니더라고요."
광주지법은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답하기 어렵다"고 해명한 가운데, 다음달 14일 검증 결과를 가지고 재판이 열릴 예정입니다.
[피해자 엄마]
"제 딸이(아이 엄마가) 정확히 172cm입니다. 키 큰 사람이 어떻게 안 보일 수 있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가고. 제발 스쿨존에서 운전자분들 양쪽 살피셔서 우리 아이들 보호해주시기를"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PD : 윤순용
작가 : 김예솔
그래픽 : 김승훈 김태현 여현수